Macro Essay

4.3. OPEC+ 감산 영향 제한적일 것

AlphaSeeker 2023. 7. 22. 14:26

 

OPEC+ 감산 영향 제한적일 것

 
*4월 3일 에세이는 텔레그램 공유본을 블로그에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블로그 활성화 전까지 먼저 기존에 텔레그램에서 공유했던 에세이를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본문] OPEC+가 하루 약 1백만 배럴의 감산 발표를 하였네요. 이례적인 기습 감산 발표입니다. 이에 반응해 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 중입니다. 경기 침체와 관련한 수요 감소 전망에 대응해 감산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나 일각에선 서방과 반서방 간의 힘겨루기로 보고 있네요. 최근 일련의 금융불안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다소 제한이 걸리자 이를 예리하게 잘 파고 들었단 분석입니다. 금융불안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제한되는 환경 속에서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재부각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게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주요 로직이죠. 1차적으론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킴으로써 얻는 자금을 위해서이고, 2차적으론 서방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레버리지이며, 3차적으로는 그동안 실물경제와 금융 면에서 서방과 반서방의 디커플링이 진행되어 온 만큼 유가상승에 대한 연준의 과격한 모션이 있더라도 충격이 적을 것으로 보고 취한 반서방 진영의 과감한 액션입니다. 5~6일 전 이라크 터키 송유관이 폐쇄되어 45만 배럴 공급 중단이 발표된 후라 공급 사이드의 액션으로 인한 유가상승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유가의 중장기적 흐름이 상승세로 잡히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수요과 공급의 큰 틀로 나눠본다면 반서방은 공급을 드라이브하는 쪽이고, 서방은 수요를 드라이브합니다. 앞으로의 서방은 점진적으로 하강하는 경기 속에서 수요 둔화와 씨름해야 할 터인데 기름 플레이어들이 반서방 진영의 감산 이슈만 보고 불나방처럼 붙어댈지는 의문입니다. 즉 유가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GS 등 일부 하우스들은 감산 발표에 이어 연달아 유가 전망을 $95 라인으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만, 단기적으론 슈팅이 나오며 치고 올라갈 순 있으나, 중기적으론 되돌림에 이은 수요 둔화에 대한 눈치싸움으로 방향이 잡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들 하우스의 프라이싱 모델은 “공급” 팩터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수요 변화에 취약합니다. 또한 미국이 OPEC+ 소속 국가들 및 기타 산유국들에게 1:1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인데 이들이 발표에 이어 실질적인 감산에 참여할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위의 예상과 달리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가능성 적다고 봅니다만 기존에도 기름시장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분석이 있었고 수요가 건재할 수 있다면 공급 사이드에선 수급을 더욱 타이트하게 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하락 or 정체되어 있어야 할 유가가 반대로 움직여 다른 섹터의 물가 상승률 하락 이펙트를 덮어버리는 “+” 이펙트를 미친다면 전체 물가 상승률의 하강 경로는 억제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작년 이맘때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는 사라집니다. 작년에도 하반기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었기 때문인데요. 미국 정부의 SPR도 거의 동이 난 상황이라 SPR을 통한 추가 대응도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 계산해 보면 2023년 물가가 3%대로 떨어지기 위해선 3월부터 연말까지 MoM(전월대비) 0.3%~0.4% 수준의 증가율(CPI 기준)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이슈의 재점화는 많은 네거티브 내러티브를 끌고 올 수 있습니다. 가령 국채금리를 움직이고 은행들 B/S의 미실현 손익을 더 확대시키며 예금 이탈을 촉진하고 나아가 qt 과정에도 문제를 낳을 수 있으며 리세션 우려를 다시금 불러옵니다.
 
전체적인 뷰는 이러한데, 단기적으로 타이밍이 좀 안 좋긴 합니다. 은행발 금융불안 이슈가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다가 6월 미국의 정부 부채 연장 이슈가 끼어있는 상황에서 감산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요. 단기적인 변동성이 예상되는 바, 이 부분 유의하면서 팔로업해야겠습니다.
 

출처: 트레이딩뷰, (좌) WTI 차트, (우) S&P 500 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