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 Essay

2024년 중국 경제 톺아보기

AlphaSeeker 2024. 1. 3. 15:28

 

2024년 중국 경제 톺아보기

 

이전 글에서 올해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봤음.

우선 올해 국가 간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동안 코로나 시기 국가 경제 지탱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쌓인 중국의 막대한 공업 재고가 수출을 통해 해외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미국 측도 관련 이슈가 계속해서 언론에 노출되는 중), 계속되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로 인한 상품 부문의 디스인플레이션, 알리 ·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해외 진출 가속화 등이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이슈들. 중국의 공급과잉을 다른 국가들이 받아내거나 중국이 내수를 끌어올려 자국 내에서 받아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쉽지 않을 것.
재고가 쌓여 낮은 가격으로 덤핑되어 해외로 풀려나는 막대한 수출 물량을 각 국가들은 견디지 못할 것이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 특히 현재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거나 향후 공급과잉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전기차 등),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전자장비, 제약 등 산업은 미국과 유럽이 서로 주도권을 갖고자 열을 올리고 있는 부분이기에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 특히 2024년은 세계 각 중요 지역에서 선거가 치뤄지는 해인 만큼 관련 이슈가 더더욱 부각될 가능성.

 

 

2024년 지정학 이슈: 무역 갈등과 전쟁 장기화

2024년 지정학 이슈: 무역 갈등과 전쟁 장기화 올해 지정학, 국제관계 이슈, 특히 무역과 전쟁에 대한 일부 생각을 기록. 우선 올해 국가 간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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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덧붙여 중국 경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대내외적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렵다면 중국 경제는 2024년 다소 어려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규제를 통해 부동산을 억제했고, 그동안 부동산으로 향하던 국가 자원을 제조업으로 향하도록 물길을 틀었음. 이와 같은 흐름이 팬데믹 시기 국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축적된 재고와 맞물리며 공급과잉으로 나타나는 중. 공급과잉이 나타나자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모양새. 경쟁이 과열되고 리스크가 확대되자 민간 중소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그동안 국유 부문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계속해서 위축되어온 민간 기업들의 심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

 

은행의 대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당국의 규제 조치 이후 부동산 부문이 빠르게 수축되는 반면, 제조업 부문은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급상승하는데, 향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렵거나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즉 첨단 제조업 부문이 수익화에 실패해 정부 보조금에 계속해서 의존해야 하는 상태로 정체될 경우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음. 은행 대출금 외에도 사모펀드, 국유펀드 등 각종 민간 · 국유 금융 자금이 국가 전략 산업에 대량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규모는 추정이 불가능. 이는 향후 리스크가 발생할 시 피해 규모 역시 추정이 불가능함을 의미. 중국의 체제 특성상 일정 수준의 Counterparty Risk는 통제 가능하다지만, 잘못된 자원 분배가 사회에 초래하는 비용은 어찌할 방법이 없고 이는 향후 막대한 물리적 비용과 기회비용이 되어 나타날 수 있음. 향후 3~4년간 주의 깊게 지켜볼 부분.

 

출처: The Guardian, Reuters

 

제조업으로의 자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한편, 물량을 받아낼 수요의 회복세는 미미. 국가 자원을 지방정부·국유기업 주도의 기간산업, 전략산업, 부동산 위주로 대량 투입하는 기존의 경제성장 모델 하에서 중국은 그동안 내수를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교육, 의료, 양로 등)의 결핍 상태에 머물러 있었고, 팬데믹을 거치며 중 ·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로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내수가 쉽게 올라오지 않고 있음. 물론 부동산 시장을 억제함으로써 자산 투기의 소비 구축 효과를 억제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부의 효과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임. 즉 내수 회복세는 부진하고, 경기순환 모멘텀은 부족한 상황. 중국은 현재 디플레이션 환경 하에서 성장 모델의 제약 문제에 직면해 있고, 경제적 문제임과 동시에 정치적 문제인 분배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동안 시 주석이 지속 강조해온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은 달성이 요원할 것.

 

출처: FT, Straitstimes

 

부동산의 경우,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이 아닌 연착륙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 중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NIFD는 이를 부동산 산업의 '신모델'이라 묘사. 비슷한 표현과 논의가 주요 관료들과 유명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음. 앞서 언급했듯 중국의 체제 특성상 Counterparty Risk는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며, 당국도 부동산 쪽에서 문제가 생길 법 하면 계속해서 돈을 푸는 모습. 중국이 연착륙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일본(BOJ)도 기다려주는 모양새(최근 미국 쪽에서 긴축이 사실상 종료되며 공간이 열리자 일본이 선수교체를 준비 중). 당국의 정책대응이 다소 피상적일지언정 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중국 부동산 위기 분위기는 다소 소강될 것. 다만 이는 좀 더 지켜볼 문제이며, 다른 경제문제들과 공명하며 뇌관으로 남을 가능성.

 

서비스업이 좀 더 경제의 기반을 다져줘야 하는데, 한국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되었다시피 그동안 중국 당국은 반독점을 명분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등 민간 테크 기업 때려잡기를 진행해왔고, 현재는 소강상태에 진입했다 보이나 최근 게임 산업 관련 규제가 재차 나온 것을 보면 민간 기업가들은 여전히 긴장을 풀 수 없을 듯함. 중국 민간 대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에는 이미 공산당의 당조직이 침투해 있어 이들 기업의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한 것도 문제. 체제 특성상 서비스업 기업이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사실상 어려우며, 이는 산업의 역동성과 자생력에 부정적. 그리고 중국 금융계에 재직 중인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융 산업과 같은 고임금 산업 직종을 대상으로 공동부유를 위시한 대중의 사회적 견제가 심각한 모양.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국유 부문의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보이는데, 내수 회복세가 미미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가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국가 경제 기반에 큰 타격일 것.

 

위와 같은 경제 상황 아래, 중국 당국은 올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단행하며 연착륙을 시도 중. 향후 계속해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떠받쳐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동안 팬데믹과 부동산 구조조정을 거치며 재정구조가 악화된 지방정부의 여력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볼 문제. 현재 중국 중앙정부의 기조 상 예전처럼 지방정부가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를 통해 그림자 부채를 일으키고 이를 통해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은 구체화되기 어려울 전망. 때마침 무디스는 최근 중국의 국가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킴.

 

그동안 정부투자의 승수효과가 지속 하락해왔기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나, 이는 분배 모델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이기에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문제. 즉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은 여전히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 다만 지방정부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고 있음으로 향후 중앙정부의 개입이 더욱 심화되고 지방 간 갈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 빈곤한 지방과 부유한 지방, 그리고 이들을 통합해 거버넌스를 이륙해야 하는 중앙 정부 간에 치열한 정치경제적 분쟁이 점차 표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생각함.

 

통화정책의 경우, 인민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풀기보다는 targeted lending을 통한 신용 팽창을 유도 중인데, 시장의 심리가 부진한 상황 아래 유동성 경색을 막는 것 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대출 확대를 강요하고 있으나, 대출 수요도 저조할뿐더러 거래 상대방의 상환 능력과 담보물에 의심이 가득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을 망설이고 있음. 일각에선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으니 통화정책 공간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설득력이 낮다고 생각함. 중국의 현 통화정책은 'disinflationary' 하지 'inflationary' 하지 않음. 통화정책 방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

 

출처: FT, Bloomberg

 

그 외에도 당국이 전개 중인 재정지출과 통화정책 모두 작용과 반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 실물경제가 이를 소화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예를 들어 저가 주택(혹은 보장성 주택), 노후 단지 재개발, 인프라 프로젝트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인민은행의 PSL 프로그램은 '건설' 측면에선 GDP 증가에 기여할 수 있으나, 주택 공급 증가로 인해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짐. 또한 각 지방정부들이 경기부양 위해 산업 인터넷, 빅데이터 센터, 5G, AI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나, 민간 기업이 아닌 지방정부가 설계한 디지털 인프라는 사용 비용이 높고 운영비용이 높아 적절한 응용 생태계를 찾지 못해 기존의 비효율 문제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음.

 

이와 같은 윤곽을 중국 당국도 파악하고 있을 텐데, 올해 3월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어떤 시그널이 나오는지 면밀히 관찰할 것. 양회 이후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흐름은 좀 더 지켜볼 문제라고 생각함.

 

글로벌리 '공급망 다변화', 'China + 1', '디리스킹'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GDP 순위 2위이며, 글로벌 제조업 생산에서 30%를 차지하는 국가임. 중국의 경제 상황이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고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음.

 

+ 추가: 중국 정부공작보고 관련해서.. 개인 판단에 전반적으로 '생산(공급)'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고, '소비(수요)'에 대한 이야기는 적다는게 아쉽.. 글로벌 역할 분담에서 여전히 생산(공급)으로 밀고 가겠다는 의도. 더불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설정에 대해선 혹자는 고용유발계수로 이야기를 풀어내나, 잠재성장률과 당의 '35년 장기 목표 및 스무스한 레버리지 확장과 부채상환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어떤가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