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제재처럼 중국에 대한 제재도 효과 없을 것 (PS)

 

러시아에 대한 제재처럼 중국에 대한 제재도 효과 없을 것

 

형세를 읽어내고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의 기고글을 번역해 정리합니다. 아래는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 이탈리아 보코니 대학교 유럽정책결정연구소 소장의 Project Syndicate 기고글(12/12일)입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 부과된 전례 없는 제재의 영향은 중국에 대해 유사한 접근법을 채택한다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출처:Project Syndicate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자 지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간과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이 2주년을 맞이한 지금, 러시아에 대한 전례 없는 서방의 제재가 왜 그토록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석가들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분명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 수출품, 특히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이러한 제품은 대체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줄이면 러시아는 인도와 중국과 같은 다른 구매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역 파트너의 변화로 인해 러시아가 부담해야 할 가장 큰 비용은 운송비이지만, 석유와 석탄, 금, 구리 및 다양한 원자재와 같은 기타 상품의 경우 인상 폭은 몇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주목할 만한 예외는 운송이 더 어려운 천연가스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러시아는 유럽 최대의 에너지 공급국이었으며, 유럽연합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공급했습니다. 2022년 여름, 러시아는 가스 공급을 축소하고 결국에는 중단함으로써 유럽을 '제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가스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유럽 구매자들은 다른 공급업체로부터 훨씬 더 많은 액화 천연가스를 주문하게 되었으며, 에너지 부족이 특히 독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유럽 경제, 특히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덜 심각했습니다. 일부 예측과 달리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독일 기업들은 가스 소비를 20% 줄였지만 산업 생산량은 감소하지 않았고,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감소는 다른 부문의 성장으로 상쇄되었습니다.

 

이러한 회복력은 부분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대체 연료의 천연가스 대체가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천연가스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가스 수출을 유럽에 대한 무기로 사용하려 했지만, 유럽에 공급하던 가스를 다른 곳에 쉽게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을 잃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중국으로의 대체 파이프라인은 중국이 최종 승인을 거듭 연기하면서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대응책이 제한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수많은 국가가 무역을 무기화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엇갈렸습니다. 예를 들어, 훨씬 작은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 시도는 반복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이 자유무역에 대한 '순진한' 약속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유럽 국가들은 전략 비축량을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이 우려하는 핵심 원자재 통제력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은 대부분의 중국산 공산품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EU나 서방 전체를 제재하기로 결정할 경우, 주요 산업의 생산업체들이 중국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이 주로 중국 이외의 공급처에 의존하는 반도체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반보조금 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통해 중국산 수입을 제한하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전략은 특히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과 같이 녹색 전환에 필수적인 제품에 있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대한 합리적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공식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부는 대부분의 무역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부문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small-yard, high-fence)"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반적인 적대감으로 인해 '작은 마당'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미국의 정책은 주로 첨단 반도체와 칩 제조 장비를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전기차 공급망 전체가 높은 울타리에 해당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위협은 과장된 경향이 있고 대개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유럽, 미국 및 기타 서방 국가들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여전히 값비싼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부과될 전면적인 제재에 대비해 유럽이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의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추측에 의존하기보다는 경험과 견실한 경제적 추론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지정학적 유연성 증가라는 이론적 이점보다 훨씬 더 큽니다.

 

Sanctioning China Will Work No Better than Sanctioning Russia | by Daniel Gros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