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 Essay

8.3. 미국 경제와 중국 통화정책에 관하여

AlphaSeeker 2023. 8. 11. 20:18

 

미국 경제와 중국 통화정책에 관하여

 

*8월 3일 거시경제 에세이는 텔레그램에 공유한 내용을 블로그에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블로그 활성화 전까지 먼저 텔레그램에서 공유했던 에세이를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본문] 미국 경기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6월 서비스와 제조업 소비가 모두 강하게 나왔으나, 최근 발표된 7월 ISM 제조업 PMI 지수를 보면 제조업은 여전히 수축 국면에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6월 내구재, 비내구재 소비 회복에 대응해 신규 수주 지수가 전월 대비 반등하였지만 여전히 수축 국면에 머물러 있었고, 고용 및 생산 지수가 부진했습니다. 서비스업은 7월 ISM 서비스업 PMI 데이터를 확인해야 보다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네요.(S&P 서비스업 PMI 지수(예비치)는 서비스업 PMI 지수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나타냈지만 S&P에서 집계하는 PMI는 신뢰도가 낮기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BofA의 카드 사용 데이터 등을 살펴보면, 7월 소비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 마일드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는데, 이렇게 제조업에서 소비자의 소비 데이터와 기업의 심리 데이터가 엇갈리는(디커플링) 이유는 기업의 센티먼트가 이미 일정 기간 지속되어 온 고금리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 추측합니다.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의 심리는 자사 제품 판매의 둔화를 예상하게 되고, 고금리로 인해 투자 환경의 제약을 받습니다. 제조업 기업들은 일종의 노동 저장 현상으로 인해 현재는 실업률 상승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않고 있지만, 소비가 향후 점진적으로 둔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제조업은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소득 수준은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소비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불문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물론 정부에서 완충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등 점진적 역풍으로 작용할 요인이 다소 존재합니다.

 

노동시장을 살펴보면, 기업들의 구직 수요가 예상치를 하회했으나, 실직자 수도 감소하며 1인당 잉여 일자리 수는 소폭 감소하는데 그쳐, 노동시장이 여전히 여유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자발적 퇴직 등의 데이터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이 지속해서 느슨해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 판단합니다. 이는 향후 소비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며 나타나는 실직자들이 과거처럼 빠르게 노동시장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실업률의 상승을 야기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냅니다.

 

그 외 최근 발표된 데이터는 없지만, 현재 GDP를 지탱하고 있는 민간 고정자산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Question mark가 향후 고개를 들 가능성을 봅니다. 특히 제조업 기업들의 부진한 심리 아래 현재 진행 중인 투자와 계획한 투자의 데이터 반영 이후,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물론 최근 유가의 반등세가 강하긴 합니다만, 기업의 가격 인상 인센티브와 가격 전가력 모두 약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합니다. 기업들도 향후 가계 소비에 불확실성이 끼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며, 실질 소득의 개선 추세는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즉 인플레이션이 재차 반등하면) 재차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크가 있다면 CPI와 PCE 물가 지수에서 비중이 큰 하우징 인플레이션의 반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만, 주요국들의 집값 변동을 보면 데드캣 바운스 혹은 안정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봅니다. 또한 저는 이전에 풀어냈던 것처럼, 정부와 연준의 일정 수준 인플레의 용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실물경제 진단은 현재로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일부 제조업 데이터를 베이스로 한 초보적 생각에 불과하며, 보다 더 자세한 디테일은 7월 ISM 서비스업 PMI 및 고용보고서와 소비 데이터가 나온 후에야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경제는 GDP의 70%가 소비가 이끌고, 산업 비중에서 서비스업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만약 서비스업이 경기 확장을 계속해나가거나, 급격하게 둔화된다면 이야기는 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출처: FRED, ISM, (좌) S&P 500와 다우지수, (우) ISM 제조업 PMI 지수

 


 

다만 실물경제가 위와 같은 로직으로 흘러간다면, 생각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외부 개입으로는 크게 1) 금리 인하, 2) 재정정책 확대 3) 다른 국가의 경기 부양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보다는 최근 시진핑 주석이 중앙정치국 회의서 강력한 부양 의지를 직접 나타낸 부분에 주목합니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일본의 긴축 방향 전환이 순조로울 수 있고(일본을 대체해 글로벌리 유동성 주입), 미국 재정정책의 안정을 간접적으로 지원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지원하는 동시에 글로벌리 경기 부양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구요.

 

최근 옐런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을 연달아 방문한 사실도 비슷한 맥락이라 보며, 미국은 안보와 직결된 하이테크 부문을 제외한 무역 채널을 일부 완화시킴으로써 중국에서 공급하는 유동성이 미국 국채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통로를 뚫어줄 수 있습니다(가령 옐런이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국채 매입의 대가인 트럼프 시절 부과된 8,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철회), (국제수지의 관점에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갈등 속에서의 협력, 협력 속에서의 갈등으로 봐야겠습니다.

 

다만 중국이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특히 완화적 통화정책, 최근 인민은행장이 교체되었다는 부분에 주목)을 펼친다는 것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곤란해지는 길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실질적인 적극적 경기 부양책을 펼치는 것을 미뤄왔을 가능성이 크다 봅니다.

 

중국이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펼친다면,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외환보유고의 피해를 감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글로벌 팬데믹 시기 중국이 잠시 목소리를 크게 내며 반짝했을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아닌 디레버리징 기조의 정책과 내수 중심의 자생적 경제 구축이 목표인 쌍순환을 추진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방의 압력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코로나가 중국에서 재확산되며 디레버리징 기조는 중단되었고, 중국의 소비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장기 시계열 추세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방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관세를 부과하는 등 투박한 모습의 압박보다는 더 디테일하고 엘레강스한 모습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구축해 온 세계 경제의 “판”을 활용하는 모습이니까요. 중국 내부에선 이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인민은행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중국에서 실질적인 경기 부양책이 제시되어 실행되는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특히 통화정책을 주시할 계획입니다. (중국이 이를 대가로 무엇을 받아낼지도 향후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다만 미국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의 전환이 늦어지고, 국채 시장에 큰 손이 계속해서 부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장기채 금리가 최근 빠르게 상승하는 환경 아래 지난 3월과 같은 금융 불안이 재차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연준이 BTFP 등 응급 호흡기를 마련해 놓은 덕분에 그 영향을 4%대에 급작스럽게 발생하기보다는 금리가 점차 상승하며 누적되어 뿜어져 나오는 양상일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물론 연준은 또 다른 호흡기를 내놓겠지만요. 또한 이는 재무부도 인지하고 있는 바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됩니다(가령 TGA의 방출과 장기채 발행을 병행한다던가). 다만 중장기적으로 큰손이 나타나지 않으면 재정정책에 제한이 걸린다는 점이고, 이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생각합니다.

 

어제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에는 글로벌 신평사 만년 3위인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직접적으로 문제였다기보다는, 1) 최근 장기채 중심의 국채 대량 발행이 예정된 가운데 재무부가 그 규모를 재차 확대한 부분, 2) 피치의 액션이 이에 기름을 부었을 가능성 3) ADP 고용 데이터가 예상을 상회한 부분 4) 전일 발표된 ISM 제조업 PMI 지수 중 신규주문 지수가 크게 반등한 부분 5) 일본 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여진 등이 작용해 빠르게 상승한 금리 및 그로 인한 밸류에이션 조정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판단입니다.

 

빠르게 상승하는 금리로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면, 중국의 전환 속도와 실질적 강도는 향후 Equity Market에 있어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채 발행 이야기는 부채 협상 타결 이후로 지속해서 언급되었던 문제이며 새로울 게 없다는 점, 위에서 언급했듯 장기채 발행에 따른 여파는 재무부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며 적절한 조치가 병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에서 장기채 발행으로 인한 금리 상승 이슈가 단기적 조정 이상의 영향을 낳을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장기채 대량 발행의 영향이 향후 재정정책의 여력과 연결되어 정부 부양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면, 이는 비단 밸류에이션 단에서 주가 조정을 야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단에서의 부정적 영향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