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 Essay

8.10. 물가 지표보다 경기 둔화 우려를 경계

AlphaSeeker 2023. 8. 12. 11:23

 

물가 지표보다는 경기 둔화 우려를 경계

 
7월 CPI 지표가 헤드라인, 코어 모두 전월대비(MoM) 수치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전년 동기 대비(YoY)는 예상치를 하회하였음. 사실 헤드라인과 코어 모두 MoM 0.2%로 잡히긴 했으나, 이는 반올림 효과 때문이며 실제 데이터는 0.16~0.17% 수준으로 예상치 바운더리 하단에 잡혔다 볼 수 있음.
 
디테일을 살펴보면, MoM 기준으로 코어 상품 물가의 하락세가 여전히 뚜렷했고,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는 소폭 반등하였으며, 주거 물가도 소폭 반등하였음. 에너지 물가는 7월 유가의 오름폭에도 불구, MoM 증가율은 오히려 하락함(다만 세부 항복에서 Fuel Oil 항목은 -0.4%에서 3.0%로 크게 반등). 80불 초중반으로 오른 유가의 온전한 반영에는 일정한 시차가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8월 물가 지표에서 윤곽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음.
 

물가 변동물가 변동 세분화
출처: FRED, 7월 물가 지표(CPI) MoM 데이터

 
일각에선 유가 상승폭이 본격 반영될지도 모를 8월 물가 지표 및 이로 인한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 및 그 충격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생각을 채우고 있음.
 
최근 시장에서 경기가 식어가는 속도에 대한 우려(경기 둔화 우려) 심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임. 최근 유동성 로테이션 추세를 봐도 그렇고(헬스케어와 필수 소비재로의 자금 이동), 유가를 제외한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 흐름을 봐도 비슷.
 
물가 지표의 세부 항목을 보면, 상품 물가가 빠르게 꺾이고 있으며, 기업들의 심리는 이미 일정 기간 지속되어 온 고금리 환경 속에서 악화되어 있는 상황. 이전 글에서 언급한 소비자 심리와 생산자 심리 간 디커플링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7월 소비 데이터로 확인할 부분이나, 고용 데이터에서 제조업은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음. 미국에서 제조업 인력은 전체 노동 인구에서의 비중은 작은 수준이나, 이들은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 실업자들이 향후 잉여 일자리로 흡수되지 못하고 실업 인구로 잔류할 경우 점진적으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JOLTs 데이터는 노동시장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논팜 신규고용지표에서는 일부 일자리 증가에 서비스업의 휴가철 특수가 가미되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생각함(섹터별 고용 증가 데이터 및 파트타임 일자리의 급증 등).

 


주거 제외 서비스업 물가를 좀 뜯어보면,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느낌. 물론 전체적인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는 전월대비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부 항목의 기여도가 커 항목 간 차이가 뚜렷했다는 이야기임. 다소 섣부른 생각이나, 이는 이전에 언급한 7월 ISM 비제조업 서비스업 PMI 지수의 예상치 하회에서도 나타난 게 아닌가 싶음. 7월 ISM 비제조업 PMI 지수는 기준선인 50을 상회했지만, 시계열 데이터를 살펴보면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해석했음.
 
소비 측면에선 초과 저축의 소비촉진 효과는 한계(Marginal) 체감 중이며, 정부가 완화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 학자금 대출 상환은 10월부터 재개 예정. 즉 점진적 역풍이 존재하는 상황. 다만 BofA에서 발표하는 자사 카드 소비 데이터 상으로는 7월 소비 데이터는 아직 마일드한 증가세를 나타낼 가능성 높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며 실질임금도 개선되는 중. 향후 소비 데이터의 향방이 정말 중요.
 
이게 참 묘하면서도 재밌는 포인트인데, 이는 이전에 언급했던 경기가 반드시 마일드하게 둔화되며 물가가 잡혀나가야 한다고 지속 강조했던 대목과 닿아있음. 시장 참여자들은 물가가 잡히는 동시에 경기는 빠르게 둔화되지 않기를 바람(이 복잡한 기대 심리를 언론에선 “골디락스”라고 간단히 요약해버림.. 이게 얼마나 짙은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인데..)
 
비슷한 흐름이 2005~2008년 긴축 싸이클에도 나타난 바 있는데, 이때도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당시 기준으로 가파르게 인상했음(당시 원자재 빅 사이클 참고). 당시에도 최종 금리 도달 기대감에 Equity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최종 금리에 거의 도달할 때쯤 경기 우려가 부각되며 조정이 나타남(이는 당시 장단기 채권 금리 및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보면 빠르게 이해 가능, 다만 현재는 국채 수급 문제로 국채금리 무빙에 다소 노이즈가 끼어 있다 판단함). 다만 이후 경기가 일정 기간 버텨주는 모습을 보이며, 골디락스 기대감에 Equity는 조정폭을 모두 되돌리는 모습을 보여줌. 그러나 이후 시차를 두고 경기가 무너지고 금융이 이어 무너지며, “경기 악화 - 금융 리스크” 사이클이 본격 형성되었고, 저금리 시기 축적된 버블이 터져나가며 GFC 확산.

 

미국 기준금리국채금리
출처: FRED, (좌) 미국 기준금리, (우) 만기별 국채 금리

 
시장 참여자들의 현 Expectation을 살펴보면, 이미 내년 인하와 최종 금리 도달 기대감은 이미 Price에 반영된 상황. 즉 2005~2008년 긴축 사이클과 로직이 비슷. 같은 로직으로 살펴본다면, 여전히 중요 포인트는 실물경제이고, 당시와 같은 최종 금리 도달 근처에서의 조정이 나타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실물경제 시그널이 나와줘야만 할 것. 현재 Equity Market의 무빙이 그러한 조정 과정의 일부분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
 
때마침 어제 물가 지표와 함께 발표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약 24만 건을 기록함. 이어 재무부의 30년 물 국채 입찰이 앞선 3년 물 및 10년 물과 다르게 저조했다는 점이 국채 금리의 되돌림을 푸쉬. 물가 지표 예상치 하회(YoY) 및 부합(MoM)에 환호했던 시장에 되돌림이 나타난 주된 이유라 생각함. (여기에 더해 유가 상승폭이 본격 반영될지도 모를 8월 물가 지표에 대한 우려와 메리 데일리 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부정적인 심리를 가속화시켰을 수 있지만. CME FedWatch를 살펴보면, CPI 발표 이후 9월,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소폭 감소하여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 여전히 실물경제가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임. 경기 우려를 지속해서 자극시킬 만한 재료가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 Equity Market이 2005~2008년 긴축 사이클과 같은 최종 금리 도달 이전 조정을 스킵 하기 위해선 물가가 잡히는 동시에 실물경제가 버텨줘야 하고, 통화정책 혹은 지정학 부분에서 시장의 기대 심리를 살려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와줘야 할 것.
 

실업수당청구 건수
출처: FRED,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

 
최근 윌리엄스 총재를 비롯해 콜린스 총재, 그리고 일부 연은에서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보임. 윌리엄스의 경우, 실질금리의 작동원리를 강조하며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타당성을 내비침. 중립금리가 계속해서 언급된다는 것은 현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 도달했다면 그 강도가 적절한지 계속해서 재평가 해나가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 중. 최근 발표되는 매크로 데이터들이 연준 위원과 연구진들에게 통화정책의 지속적인 재평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단 생각임.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과거의 흐름을 살펴봤을 때, 실물 경기 둔화 흐름은 타임라인을 다소 길게 늘어뜨릴 가능성이 있고, 그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시장에 기대감을 품고 현재 겪는 조정을 다시 원복하는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함. 그러나 그 이후의 플로우는 마찬가지로 결국 실물경제가 결정하게 될 것.
 
물론 리쇼어링을 비롯한 강력한 산업정책과 막대한 재정지출이 난무하는 시대이므로 15년 전의 과거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함. 다만 당시의 로직을 참고삼아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현재와의 차이를 고려해 대응을 논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임. 또한 대규모 국채 발행 과정에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TGA의 방출과 흡수를 반복해야 하는 재무부이므로, 재정정책의 효과와 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함. 그리고 이전에 언급했듯, 민간 고정자산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Question mark가 향후 고개를 들 가능성. 특히 제조업 기업들의 부진한 심리 아래 현재 진행 중인 투자와 계획한 투자의 데이터 반영 이후,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임.
 
위에 풀어놓은 생각은 일부 데이터들에 의존한 단편적인 우려에 머물 뿐 아직 구체화된 리스크는 아니기에, 향후 발표되는 데이터들을 모니터링하며 보다 자세한 궤적을 그려 나가야 할 것임. 특히 소비 데이터가 정말 중요함.
향후 물가보다는 경기를 놓고 양진영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길 기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는 연착륙과 경착륙 내러티브를 오가며 자산 가격의 변동을 티키타카 드리블링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함.

 


이어 잠시 에너지 물가와 관련해 사견을 놓자면, 현재 Supply-Driven(수요를 상수로 잡는 것)으로 잡혀 있는 Oil 시장이 재차 Demand-Driven(수요를 변수로 잡는 것)으로 전환된다면 향후 상방보다는 하방 공간이 열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판단함. Supply-Driven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상방 공간은 다소 열려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향후 일정한 변동성을 동반할 것으로 판단. 이때 물가 이슈나 경기 이슈 부각으로 인한 변동성을 회피하고 마일드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방 공간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지정학 쪽에서 뭔가 나와줘야 할 것(가령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 미국과 사우디 간의 협상, 우크라이나 이슈 등) 또한 최근 가스 가격의 급등의 경우, 급등폭에 비해 이슈는 소박한 수준인데 호주의 노동자 파업 이슈와 겨울의 불확실성이 겹친 것임. 전자는 정부 개입으로 인한 원만한 해결을, 후자는 슈퍼 엘리뇨로 인한 따뜻한 겨울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함. 가격 상승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짙다는 말임.
 
주거 물가의 경우, 지난 글에서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반등보다는 안정화를 기대한다 언급했음, 때마침 샌프란시스코 연은에서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는 페이퍼를 발표함. 데이터 셋에 다소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지만, 중요한 선행지표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MoM 기준 4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나 최근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임. 모기지 금리도 최근 장기채 금리 급등에 힘입어 재차 7%를 향해 가는 중. 주거 물가는 시간이 걸릴지언정(물가 지표 자체의 문제와 주택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 센티먼트 디커플링 등) 지속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임.
 
에너지 물가의 향방이 불투명하고, 석유는 현대 산업 구조에서 물리적, 화학적 인프라 역할을 함에도 불구(즉 기업 사이드에 Cost 푸쉬가 가능함에도 불구), 뚜렷한 경기 “재확장” 시그널이 없다면, 여전히 인플레이션 내러티브는 소멸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판단함. 또한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정부는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암묵적으로 용인함으로써 통해 부채를 녹이고, 지정학적 변화와 경쟁에 몰두하는 동시에 산업정책의 공간을 확보할 것이고(동시에 바이든은 내년 선거를 준비할 것), 기업은 매출과 마진을 확대하려 할 것이며, 연준은 양대 책무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면서도 국가 경제를 지원할 수 있음.
 
방금 리뷰하면서 보니 Patrick Harker(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중립, 투표권 있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음. 1. 전반적인 경기는 변곡점에 위치 2. 물가 흐름은 꾸준히 개선 중.
 

sp 지수경제성장률 전망도
출처: FRED, (좌) S&P500과 다우지수, (우) 연준 FOMC SEP 경제성장률 전망

 


 
최근 윌리엄스 인터뷰 관련해서 블로그에 코멘트 달아 놓은 부분 다시 공유함.
 
실질금리 인하 타당성을 내비치는 대목에서 단 코멘트임.
 
윌리엄스 총재 인터뷰 전문 번역은 이전글 참고

2023.08.08 - [Article Archives 🌍] - 내년 금리 인하는 왜 가능한가?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인터뷰)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게 되면, 현 명목금리 수준에서도 실질금리는 자동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구조를 설명한 것(명목금리-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실질금리). 때문에 연준이 말하는 제한적인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 하기 위해선 하강하는 인플레이션에 맞춰 명목금리를 조정해 줘야 함. 명목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실질금리가 올라가 경제를 과도하게 압박하게 되는 것.
 
**다만 위의 내용은 실질금리 사이드만 봤을 때의 문제. 실질임금 사이드에서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소비의 하방경직성을 더할 수 있는데, 금리 사이드만 보고 명목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며 개선되는 실질임금 효과를 방치하게 될 수 있음.
 
***물론 실질금리와 실질임금 두 영향 사이에 어떤 것이 강하게 작용할지는 현 미국 경제의 구조 혹은 체력에 따라 결정될 것.
 
****이 말은 즉, 연준이 명목금리를 인하하게 될 경우, 실질임금 개선의 영향이 현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정도의 경기 확장을 푸쉬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실질임금 개선의 영향을 활용해 이제 경기를 확장시킬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함.
 
*****인터뷰 내용을 더 살펴보면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도 늬앙스에 묻어나던데, 위 내용을 상기하며 연준 액션을 관찰할 것.
 
******명목 데이터인 기업의 이익과 이를 반영하는 주가에게 명목금리의 인하 가능성이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된 것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판단함.